거리에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캐롤이 오히려 피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. 가사 없는 선율은 소란스러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, 차가운 공기에 온기를 불어넣는다. 하루 종일 틀어둬도 덜 피곤한 느낌이다.
01. Vince Guaraldi Trio - A Charlie Brown Christmas (1965)
겨울 재즈의 성서와도 같은 앨범. "눈 내리는 날의 소리를 피아노로 옮긴다면 바로 이 소리"라는 평을 받는다. 화려한 기교 대신 여백을 살린 연주는 언제 들어도 마음 한구석을 아릿하게 만드는 '따뜻한 고독감'을 선사한다.
02. Duke Pearson - Merry Ole Soul (1969)
피아노와 함께 '첼레스타(Celesta)'라는 악기를 사용하여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한 영롱한 사운드를 구현했다. 빈티지한 질감과 동화적인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명반. 앨범 커버만큼이나 따뜻하고 사랑스럽다.
03. Ramsey Lewis Trio - The Sound of Christmas (1961)
듀크 피어슨의 영롱함을 사랑한다면 이 앨범은 필연적인 선택이다. 스트링 세션과 피아노 트리오가 어우러져 우아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. 난로 앞에서 듣는 듯한 아늑함의 절정.
04. Bobby Timmons - Holiday Soul (1964)
세련되고 매끄러운 소리보다는, 투박하고 흙냄새 나는 '진짜 재즈'를 원할 때 제격이다. 60년대 LP판에서 들려오는 듯한 지직거리는 질감과 묵직한 그루브가 얼어붙은 몸을 녹여준다.
05. Ferrante & Teicher - Adventure in Carols (1956)
피아노의 고음역대를 활용한 '클링키(Clinky)'하고 섬세한 소리가 특징인 이지 리스닝/실험적 앨범이다. 이 앨범은 방의 불을 모두 끄고 오직 크리스마스 조명만 켜둔 채, 핫초코를 마시며 멍하니 있을 때 듣기에 가장 완벽한 분위기를 선사한다.
